[인사이트][행사후기] AI 시대, 마케터에게 남은 일은 문제 정의가 아닐까요?

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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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Claude Bloom, AB180과 함께 AI for Growth Marketing 행사(링크 클릭 시 이동)를 열었습니다.
저는 응답하라 마케팅을 운영하는 마케터이자, 티오더에서 실무를 하는 마케터로 짧게 발표를 맡았어요.

(총 30%가 응마 구독자 분들이시더라고요. 응마의 행사 공지를 보고 와주신 30명의 응답이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드립니다.)


발표 제목은 “그래서, 뭐가 문제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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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제가 첫 회사에서 자주 들었던 말이에요. 어떤 이슈를 보고하면 임원분이 늘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래서 뭐가 문제죠?” 답을 하면 또 물었고, 다시 답하면 또 물었어요. 당시에는 꽤 무서운 질문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 일하는 방식에 많이 남아 있더라고요.


AI를 쓰기 시작하면서 그 질문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AI 시대에 중요한 건 새로운 기능을 가장 빨리 아는 일이 아니라, 내 업무에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능력이더라고요.

저도 처음부터 AI를 잘 썼던 건 아니에요. 유튜브를 보면 “AI로 월 200만 원 자동 수익 만들기”, “링크 하나만 넣으면 콘텐츠 자동 완성” 같은 이야기가 많잖아요. 그런 걸 볼 때마다 오히려 나는 AI를 못 쓰는 사람인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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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OpenAI Codex Skillathon에 참여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제가 만든 건 거창한 서비스가 아니었습니다. 티오더에서 실제로 반복하던 업무였어요. 매장이 티오더를 도입한 뒤, 점주님께 “우리 매장에서 어떤 메뉴가 잘 팔렸는지”, “어느 시간대 매출이 좋았는지”, “도입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리포트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데이터를 내려받고, 스프레드시트에서 피봇을 돌리고, 내용을 정리하고, 다시 공유용 리포트로 만드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그런데 AI에게 그냥 “리포트 만들어줘”라고 말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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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문제를 쪼개야 했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넣을지, 점주님이 보고 싶어 하는 정보는 무엇인지, 내부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검수해야 하는지, 결과물은 어떤 형식이어야 바로 공유할 수 있는지. 이걸 하나씩 정리하고 나서야 AI가 제대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알았습니다. AI를 잘 쓴다는 건 결국 내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이구나.


이번 발표에서는 제가 AI를 업무에 붙이는 방식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이야기했습니다. 바이브 코딩, 자동화, 스킬화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특정 매장이 어떤 프로모션 혜택을 받았는지 확인하려고 스프레드시트를 뒤지고, 고객센터나 영업 담당자에게 다시 답변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지금은 매장명을 입력하면 필요한 혜택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작은 도구를 만들어두고, 사람은 최종 판단과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는 식으로 바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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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SNS 모니터링도 비슷합니다. 예전에는 월요일마다 경쟁사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게시물을 캡처하고, 좋아요와 댓글 수를 정리하고, PPT에 붙였습니다. 이제는 AI가 먼저 리포트를 만들어주고, 저는 “이걸 보고 우리 콘텐츠에는 무엇을 반영할까?”를 고민하는 데 시간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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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AI가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콘텐츠나 디자인 영역에서는 아직 “AI가 만든 티”가 나는 결과물이 많아요. 텍스트는 계속 다듬으면 꽤 쓸 만해지지만, 이미지나 카드뉴스는 회사의 디자인 문맥과 브랜드 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AI에게 맡길 일과 사람이 끝까지 봐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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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은 남성필 AB180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 선명해졌습니다. 대표님은 철학을 공부하다가 마케팅을 만나고, 개발을 배우고, 결국 마케팅 기술 회사를 만들게 된 과정을 이야기해주셨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AB180이 처음부터 지금의 Airbridge를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검색 엔진에서 시작해 딥링킹으로, 다시 어트리뷰션으로 방향을 바꿔오며 고객이 진짜 필요로 하는 문제를 찾아간 거죠.

좋은 제품도, 좋은 마케팅도 처음부터 정답을 들고 시작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을 만나고, 시장을 보고, 계속 질문하면서 “그래서 지금 진짜 풀어야 하는 문제가 뭐지?”를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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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비슷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완벽한 자동화나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려고 하면 막막합니다. 대신 내 업무 안에서 반복되는 불편함, 계속 미뤄지는 일, 사람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정리 업무를 하나씩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남성필 대표님의 이야기가 마테크 창업의 이야기였다면, 제 이야기는 비개발자 마케터의 작은 업무 자동화 이야기였을지도 몰라요. 규모는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문제를 잘 정의하는 사람이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더 좋은 마케팅을 하고, AI도 더 잘 쓴다."

이번 행사를 마치고 가장 크게 남은 문장입니다. 마케터들이 궁금해하는 건 “요즘 어떤 AI 툴이 좋아요?”만은 아니었습니다. 더 궁금해하는 건 “저 사람은 자기 업무의 어떤 부분을 AI에게 맡기고 있지?”, “저 사례를 내 업무에 적용하면 어디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에 가까웠어요.


그래서 앞으로 응답하라 마케팅은 이런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강연을 듣고 끝나는 자리가 아니라, 마케터들이 자기 업무의 문제를 들고 와서 서로의 사례를 나누는 자리요. 누군가는 CRM 자동화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를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성과 분석이나 리포팅 업무를 이야기할 수 있겠죠. 응마가 뉴스레터로 마케팅 사례를 전해왔다면, 앞으로는 오프라인에서도 마케터들이 서로의 실무를 나누고 연결될 수 있는 장을 더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AI 시대에 마케터가 살아남는 방법은 개발자처럼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를 AI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면, 코딩을 모르는 마케터도 꽤 많은 일을 바꿀 수 있고요.


세 줄 요약

  1. AI를 잘 쓰는 핵심은 기능 습득보다 문제 정의에 가까웠다.  
  2. 남성필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제품과 좋은 마케팅도 결국 고객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3. 응마는 앞으로도 마케터들이 실제 업무 사례를 나누고 연결될 수 있는 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보려 한다.

오늘의 마티클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들은 요즘 업무에서 어떤 일을 AI에게 맡기고 있나요? 혹은 아직 맡기기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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